도야마의 풍경 - 유리와 빛이 엮어내는 여행-1

도야마의 풍경 - 유리와 빛이 엮어내는 여행

아침의 빛이 겨울의 도야마 거리를 유영하듯 감싸며, 나무와 돌, 유리 위에 부드러운 반사를 드리웁니다. 이 도시는 마치 오래전부터 빛과 조용히 마주해 온 존재처럼 느껴지며, 그 기운은 건축과 공예 곳곳에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도야마에서 빛은 단순히 비추는 존재가 아니라, 형태를 만들고 굴절되며 여운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지역의 예술성을 떠받쳐 온 유리의 본질과도 그대로 겹쳐집니다.
바다와 다테야마 연봉에 둘러싸인 도야마는 ‘공기의 맑음’, ‘물의 깨끗함’, ‘제작의 정확함’이라는 이른바 ‘투명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리와의 인연은 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에도 시대 약상인들이 약을 보관하기 위해 손으로 불어 만든 병을 사용했던 데서 시작됩니다. 정밀함과 순수함으로 귀하게 여겨졌던 이 용기들은, 투명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야마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현대미술관과 카페, 제작 스튜디오, 나아가 국제적인 아틀리에에 이르기까지, 도야마의 유리 문화는 장인의 기술과 탐구 정신을 비추며 전통과 재창조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빛을 두른 건축 - 도야마시 유리미술관

도야마의 ‘지금’을 상징하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켄고가 설계한 도야마시 유리미술관입니다. 나무와 유리를 조화롭게 결합한 이 건축물은 개방감 있고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어내며, 웅장함 속에서도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햇빛이 바뀔 때마다 삼나무 판재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무늬도 서서히 변화해, 건물 그 자체가 살아 있는 하나의 전시물처럼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술관에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 작품 600점 이상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6층에 위치한 ‘글래스 아트 가든’에서는 짙은 푸른색과 초록빛의 거대한 유리 작품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물속으로 잠수한 듯한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아래층의 전시실에서는 섬세한 그릇부터 시각과 상식을 뒤흔드는 실험적인 조형 표현에 이르기까지, 현대 유리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가 도야마를 ‘2025년에 가야 할 52곳’ 중 하나로 선정했을 때, 이 미술관을 ‘나무와 빛의 대성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시립 도서관이 함께 들어선 복합시설 ‘도야마 키라리’ 안에 자리한 이 공간은, 예술이 일상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장소입니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조용히 느끼며, 도야마라는 도시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도야마시 유리미술관
주소: 도야마현 도야마시 니시초 5-1
운영 시간: 9:30~18:00
휴관일: 매월 제1·제3 수요일, 연말연시
관람료: 200엔 (특별전은 별도 요금)
오시는 길: 도야마 지방철도 시내전차 ‘그랜드 플라자 앞’ 정류장에서 도보 2분
공식 웹사이트: https://toyama-glass-art-museum.jp/en/

빛과 맛 사이에 놓인 작은 휴식 - 카페 고우마 키라리점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며 카페 고우마 키라리점이 나타납니다. 같은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이곳에서는 ‘감상의 대상인 유리’가 아니라 ‘일상의 기쁨으로서의 유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공되는 음료는 색감과 손에 닿는 감촉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고른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소다 플로트에는 부드러운 질감의 수제 유리잔이, 휘핑크림을 얹은 비엔나 커피에는 차분한 분위기의 도자기 컵이 사용되는 등, 음료에 맞춰 가장 어울리는 그릇이 선택됩니다.
콘셉트는 ‘유리를 통해 이어진다’입니다. 투명한 잔을 통과한 빛이 담긴 음료의 색과 함께 서서히 변해 가며, 한 모금 한 모금이 조용히 ‘관찰하는 시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특별한 연출이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든 아름다움. 그 마음은 미술관의 철학과도 은근히 호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창가 쪽 카운터석에 앉으면, 노면전차가 조용히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차 몽블랑이나 도야마의 명물 라멘에서 착안해 간장과 후추의 풍미를 더한 독특한 ‘도야마 블랙 사이다’를 천천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정오 무렵이 되면 빛의 각도가 절묘해져, 유리잔과 설탕, 스푼의 광택에 반사되며 공간 전체가 부드럽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카페 고우마 키라리점
주소: 도야마현 도야마시 니시초 5-1 (도야마시 유리미술관 내)
영업시간: 10:00~18:00 (라스트 오더 17:30)
정기휴일: 수요일, 연말연시
오시는 길: 도야마 지방철도 시내전차 ‘그랜드 플라자 앞’ 정류장에서 도보 2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afe.koumakirari/

기억을 형태로 빚다 - 도야마 유리 공방

도심에서 서쪽으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도야마 유리 공방에서는 창작의 리듬이 편안하게 울려 퍼집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열기와 소리에 둘러싸인 작업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장인들이 녹아내린 유리의 빛과 호흡을 맞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파이프가 회전하고, 가마의 불길이 치솟으며, 일렁이는 열기가 물질과 공기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들어 갑니다.
이곳에서 유리는 ‘만지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숙련된 장인의 조용한 안내 아래, 자신의 손으로 잔이나 화병을 불어 올릴 수 있고, 열이 서서히 가시며 단단해지고 형태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묘하게 저항하는 그 감촉을 느끼며 모양을 다듬어 나갑니다. 이곳에서 추구하는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과 마주하는 일—결코 멈추지 않는 소재와의 대화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작품은 약 일주일 후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그 순간의 움직임과 함께 나누었던 호흡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단단히 굳은 뒤에도 그 안에는 제작의 흔적이 깃들어 있습니다. 희미한 물결무늬, 작은 기포, 가마의 열기가 남긴 여운. 그러한 ‘흔들림’이야말로 유리에 따뜻함을 더해 주며, 빛이라는 존재가 결코 머무르지 않는 것임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도야마 유리 공방 (숍, 카페 등)
주소: 도야마현 도야마시 후루사와 152

도야마 유리 공방 제2공방 (체험)
주소: 도야마현 도야마시 니시카나야 85

영업시간: 9:00~17:00
휴관일: 12월 28일~1월 4일
입장: 무료 (체험은 별도 요금)
오시는 길: JR 도야마역에서 차로 약 20분 / ‘패밀리파크 앞’ 버스정류장에서 도보 약 5분
공식 웹사이트: https://toyama-garasukobo.jp/

*완성된 작품은 제작 완료 후 약 1주일 뒤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수령 방법은 관내 직접 수령 또는 유료 배송 중 선택 가능합니다.
*해외 배송도 가능하나, 지역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문의해 주세요.
*일본 체류 중인 경우, 숙소로의 배송도 가능합니다.

사용함으로써 완성되는 아름다움: 피터 아이비의 유리 세계

도야마가 지닌 고요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체현하는 작가로서, 피터 아이비에 견줄 만한 존재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 출신인 그는 현재 도야마를 거점으로 약 15년간 활동해 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부드러운 색감과 미니멀한 자태를 지닌 그의 유리 작품들에 있습니다. 그 그릇들은 사용할수록 깊이를 더하며, 일상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른 표정을 보여 줍니다. 디자인과 일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면서, 그가 말하는 ‘사용함으로써 깃드는 아름다움’을 탁월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유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소재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사라져 가는 지점에 있죠.” 그는 그렇게 말합니다. 논밭과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둘러싸인 그의 공방은 여러 채의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그 철학을 그대로 비추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어디에도 ‘완성’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모든 공간과 사물은 언제나 실험의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선반에는 정제된 작품들과 함께 그가 ‘아름다운 우연’이라 부르는 작은 그릇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열로 인해 움푹 패이거나, 의도하지 않은 곡선이 생기며 탄생한 것들이지만, 결국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을 안겨 주는 존재들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도야마는 제 사고방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물건을 만듭니다. 음식도, 울타리도, 쌀도요. ‘만든다’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계절 또한 제작의 리듬에 영향을 줍니다. 습도가 높은 여름은 큰 작품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고, 겨울은 “유리 공예가에게 최고의 계절입니다. 눈앞에 나만의 태양이 떠 있는 셈이죠.”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의 공방에서 유리 제작은 팀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이비와 제자들은 호흡이 맞는 협업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동작이 다음 동작을 떠받치듯 이어집니다. 그것은 숨결과 열기, 그리고 신뢰로 이루어진 하나의 안무와도 같으며, 만드는 이들의 세대를 잇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제 것’이 아닙니다. 모두의 것이죠.”
그러한 겸손함은 그의 그릇이 지닌 투명함과도 닮아 있으며, 인내와 정성으로 빚어낸 조용한 숙련이라는 도야마 그 자체의 본질을 고스란히 이야기해 줍니다.

피터 아이비의 작품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peterivy.com/

변함없이 남아 있는 빛

도야마에서 유리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빛과 소재, 그리고 그에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 사이의 대화 그 자체입니다. 구마 켄고의 건축을 가로질러 흐르는 햇빛의 모습, 손으로 빚은 그릇이 지닌 무게감, 그리고 작열하는 열기 속에서 그어지는 한 줄의 정확성—그 모든 것에 그 대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도야마의 유리 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예술과 일상이 어떻게 겹쳐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나하나의 작품은 깨지기 쉬움과 지속성, 일상성과 초월성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여행자에게 그것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존재-도야마가 자랑하는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손바닥 위에 받아들이고, 빛을 붙잡는 그 순간을 음미하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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